2026-10-13 · 정책 업데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미국영주권이 멈췄다. H-⁠1B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H-1B로 일하는 철수라는 이름의 한국인 엔지니어가 한 명 있다고 해보자. 철수는 미국에서 몇 년째 일하고 있다. 연봉도 괜찮고 회사도 마음에 들고, 가족도 이제 미국 생활에 적응했다. 다만 H-1B는 영주권이 아닌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워킹 비자로, 일반적으로 6년이라는 체류기간 한도도 있으니 철수는 회사에 영주권 스폰서십을 부탁했고, 회사도 좋다고 했다.

“우리도 너랑 계속 일하고 싶으니까 영주권을 진행해보자.”

앗싸. 이제 시간만 지나면 영주권을 받는 건가? 미안하지만 그건 아니다.

지난 10월 8일, 미국 정부는 Microsoft와 Adobe를 포함한 8개 기업의 PERM 노동인증 신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포함된 회사는 Microsoft, Adobe, Cognizant, Infosys, Tata Consultancy Services, Wipro, HCL Technologies, Capgemini이다. 발표 내용대로라면 이 회사들과 관련된 신규 PERM 신청을 받지 않고, 이미 접수돼 대기 중인 신청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와 미국인 근로자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다만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과 기업들의 불법 행위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는 것은 같은 얘기가 아니다. 기업 측의 반박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 발표 영상)

자, 그런데 PERM이 대체 뭘까? 이게 중단됐다는 건 철수의 H-1B도 취소됐다는 얘기일까?

PERM은 취업비자가 아니다

미국 회사가 외국인 직원의 취업이민 영주권을 스폰서하기로 했다고 해서 바로 I-140를 접수하고 영주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전에 미국 노동부를 거쳐야 한다. 회사는 해당 직책에 적용되는 임금을 확인하고 정해진 방식으로 미국 내 채용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일을 할 수 있는 미국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외국인 직원을 영구적으로 고용하더라도 미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받아야 한다. 이 노동인증 단계가 PERM이다. 정식으로는 Permanent Labor Certifica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신청의 주체는 외국인 직원이 아니라 회사다. (미국 노동부 PERM 안내)

여기까지 들으면 캐나다 이민을 아는 분들은 딱 LMIA를 떠올릴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두 제도 모두 자국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심사가 들어간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캐나다의 LMIA는 주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허가와 연결되고, 미국 PERM은 회사가 외국인 직원을 영구적으로 고용하기 위해 진행하는 취업이민 노동인증이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캐나다 LMIA도 일부 영주권 프로그램의 Job Offer 조건과 연결될 수 있으니 둘을 완전히 같은 제도라고 생각하면 또 틀어진다. 이름만 비슷하게 바꿔 끼우면 안 된다는 얘기다.

PERM이 승인되면 회사는 그 승인서를 가지고 미국 이민국에 I-140, Immigrant Petition for Alien Worker를 제출한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우리 직원 철수를 취업이민 대상자로 심사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단계다. 그런데 I-140까지 승인됐다고 그날 영주권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미국 취업이민에는 매년 사용할 수 있는 이민비자 숫자가 정해져 있고 출생국가별 제한도 있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으면 Priority Date에 따라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특히 인도 출생 신청자들의 대기가 길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6년에도 인도 출생자의 EB-2 비자 번호가 회계연도 중 모두 소진됐다는 발표가 따로 나왔을 정도다. (미 국무부 안내)

아주 쉽게 예를 들자면, PERM은 식당에 예약을 넣기 위한 첫 자격을 확인받는 과정이고, I-140는 예약할 손님의 자격을 다시 확인받는 과정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자격 확인이 끝났다고 자리가 바로 나는 건 아니다. 식당에 자리가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미국 취업이민도 비슷하다.

이번에 멈춘 건 어디까지일까?

철수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아니, 저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고 회사도 영주권을 해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접수 자체를 안 받는다고요?”

그럴 수 있다. 특히 아직 PERM을 접수하지 못했거나 이미 접수한 PERM이 심사 중이라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외국인의 H-1B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는 H-1B 프로그램 전체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특정 회사들의 PERM 처리를 멈추겠다는 발표다. 이미 가지고 있는 H-1B, 승인된 I-140 또는 영주권까지 이번 발표 하나로 전부 자동 취소됐다고 읽으면 안 된다. (H-1B와 PERM의 차이에 관한 보도)

다만 그렇다고 “그럼 나는 H-1B만 계속 연장하면 되겠네”라고 간단히 끝낼 일도 아니다. H-1B는 일반적으로 최초 3년, 연장을 포함해 총 6년까지 체류할 수 있다. 일정한 조건에서는 6년을 넘겨 연장할 수 있는데, PERM이나 I-140가 언제 접수됐는지, I-140가 승인됐지만 비자 번호를 기다리고 있는지 등이 그 연장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다. (USCIS H-1B 안내)

그러니까 철수가 H-1B 2년 차라면 아직 다른 준비를 할 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미 5년 차이고 PERM도 접수하지 못했다면? 영주권 절차만 늦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미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같이 확인해야 할 수 있다.

물론 개인마다 계산은 전부 다르다. 미국 밖에서 보낸 기간을 다시 계산할 수 있는지, 다른 영주권 카테고리가 가능한지, 이미 승인된 신청이 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이 부분은 반드시 회사의 미국 이민 변호사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캐나다 이민 법무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케이스를 보고 “된다, 안 된다”라고 판정할 사람은 아니라 본인 케이스를 담당 미국 변호사와 함께 잘 알아보도록 하자.

또 하나. 10월 13일 현재 공개된 발표만으로는 중단 기간, 대상 법인의 정확한 범위, 이미 승인된 파일에 대한 후속 처리까지 모든 세부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모든 것을 확정해서 말하기보다는 후속 지침은 계속 확인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캐나다로 옮기면 되지 않을까?

이 뉴스를 캐나다 이민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질문이 하나 생긴다. 현재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전문인력 중 캐나다라는 두 번째 선택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을까?

있다.

하지만 미국 PERM이 막혔다고 캐나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도 자격을 따져야 하고, 점수를 계산해야 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취업비자나 영주권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먼저 Express Entry의 Federal Skilled Worker Program을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 밖에서 쌓은 전문직 경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쌓은 경력도 조건에 맞으면 해외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캐나다 회사의 Job Offer가 없어도 기본 자격을 충족할 수 있다. 다만 경력만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어 또는 불어 성적, 학력, 연령, 정착자금 등을 함께 봐야 하고, Express Entry 풀에 들어간 뒤 실제 초청도 받아야 한다. 자격이 있다는 것과 초청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단계다. (Federal Skilled Worker Program)

관련 영상: 캐나다 이민 필수 EE, 랭킹제와 추첨제

철수가 Microsoft처럼 캐나다에도 회사가 있는 기업에서 일한다면 회사 내 전근도 확인해볼 수 있다. 미국 법인과 캐나다 법인의 관계가 요건에 맞고, 철수의 직책이 전문지식 보유자에 해당하며 회사가 실제 전근을 지원한다면 Intra-Company Transfer 방식의 LMIA 면제 취업비자가 가능할 수 있다. 한국 국적자는 회사 구조와 직무에 따라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기업 내 전근 규정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같은 회사 이름이 캐나다에도 있다”는 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법인 관계, 기존 근무경력, 캐나다에서 맡을 업무를 전부 봐야 한다. (캐나다 정부의 ICT 설명)

그리고 한국 국적자라면 나이도 보자. 만 18세에서 35세라면 International Experience Canada의 Working Holiday를 검토할 수 있다. 한국 국적자는 현재 최대 24개월씩 두 차례 참여할 수 있고, Working Holiday는 특정 회사에 묶이지 않는 Open Work Permit이다. 조건이 맞는 사람에게는 캐나다에 들어와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꽤 현실적인 방법이다. (사실 다른 복잡한 방법보다 이게 제일 쉽다) 물론 초청, 쿼터, 보험과 자금 등 IEC 요건은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한국 국적자 IEC 자격)

자, 그럼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우선 미국 파일이 어디까지 갔는지가 중요하다. PERM을 준비 중인지, 이미 접수했는지, 승인됐는지, I-140까지 승인됐는지, H-1B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회사 변호사와 함께 확인해야 한다. 물론 캐나다를 다음 타겟으로 준비한다고 해서 현재 진행중인 미국 이민이나 비자를 그만둬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다음 캐나다 쪽에서는 나이, 국적, 영어 성적, 학력, 실제 업무와 NOC, 총 경력, 캐나다 관계회사의 존재와 전근 가능성을 봐야 한다. 이걸 펼쳐놓고 보면 Express Entry의 FSW를 바로 검토할 사람인지, 회사 내 전근이 가능한지, 워킹홀리데이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가 보인다.

아무 경로도 안 나올 수도 있다. 캐나다 Job Offer도 없고, 회사 전근도 어렵고, Working Holiday 나이도 지났고, Express Entry 점수도 부족하다면 당장 움직일 방법이 없을 수 있다. 괜히 “미국 안 되면 캐나다 가면 되지”라고 먼저 마음부터 정하면 안 된다.

반대로 본인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바로 검토할 수 있는 경로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 Microsoft, Adobe, Cognizant, Infosys, TCS, Wipro, HCL, Capgemini에서 근무하면서 PERM이나 I-140를 진행하고 있는 분, 또는 H-1B로 미국에서 일하며 캐나다라는 선택지를 같이 확인해보고 싶은 분들은 캐나다가 나중에라도 대안이 될 수 있는 옵션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캐나다라는 길이 내게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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